메추라기 트라우마

꽤 옛날 이야기 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3학년인가. 아무튼 그 무렵이었을거예요.
병아리 세 마리를 구입했었습니다.

와. 이틀동안 안 죽고 살아있네요!
감동에 겨웠던 저는 병아리 세마리를 마당에 내놓기로 결심합니다.

다음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
........
가끔 집에서 널어놓은 굴비등을 물어가던 고양이가
날개죽지만 남은 병아리(피뚝뚝)을 물고 도망가는 광경을요 ㅠ_ㅠ.

방안에만 놔뒀더라면 얌전하게 닭으로 잘 컷을 녀석들을, 일광욕 시킨다고 마당에 내놓았다가 고양이 밥이 되게 만들다니 ㅠ_ㅠ.

말로는 다 할수 없는 자책과, 우울함....
아 맞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노란 병아리 세마리를 죽여놓고, 약 4년 뒤에 또 노란색 데이지 화분을 얼려죽였군(....바보냐, 너는..)

그 후로 다시는 병아리 같은걸 집에 사들이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었답니다.
그런데 얼마후, 학교앞에는 메추라기를 스티로폼 박스에 가득 실은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_-;어린시절의 결심이라는것이 3일 가면 오래가는거죠(....)
냉큼 한마리를 구입했습니다.

집에 데리고 오는 길에 즐거운 마음에 과자 한봉지를 구입했었죠.
집에 와서 과자봉지를 뜯고, 신나게 책을 읽는데...

그렇게 시끄러웠던 메추라기가 조용- 한것을 깨닫고, 어디갔는지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네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
.....
.......

아니 이게 왠일이랍니까 ㅠ_ㅠ.
좋다고 책을 꺼내 앉을때 메추라기 있는걸 확인 안하고 냉큼 주저앉았던가
메추라기가 떡;;;; 이 되어있었더랍니다.

아니, 떡이 된건 아니고 =_=; 경추(목뼈)가 부러져서 사망한듯 보였습니다.

어찌나 충격을 받았던지요.
어린시절 애완동물이라고 '자기의지'로 데려온 생명을 자신의 엉덩이로 깔아 뭉개 죽여버리다니.

자, 잠깐 스크롤을 멈추고 공감해주세요(ㅠㅠ-하소연)
초등학교 3~4학년밖에 안된 어린이가 어린 생명의 싹(비록 미물이라 할지라도)을 꺽어버리고 느꼈을 마음의 고통.

그 메추라기는 고이고이 화단에 묻어주었고.. 저는 며칠동안 정말 밥을 못 먹었습니다 -_-;;;
밥을 먹어야 겠는데 목구멍에 밥이 걸려서 안 넘어가는 느낌.
심리적인 고통이 육체적인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걸 꽤 어린시절부터 터득한 셈이죠.

그때 살짜기 이해가 되는것 같기도 했어요.
부모가 자식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가슴이 아프다는게 이런 느낌이려나.... 하고 말이죠.

그 후로는 꿩이네, 메추라기네, 메추리 알이네, 이런걸 무의식중에 거부하게 되었답니다.
아아 -_- 탐색해보니 이유가 나오는군요. 제가 장조림에 있는 메추리알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았던 이유.
프로이트 만세(...야, 이게 아니잖아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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