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그때가 더 좋았던건지도 몰라.

연말모임에서 돌아오신 아버지는 거실에서 혼자 텔레비젼을 켜고 계신다.

나는 방에서 공부한다고 책 붙잡고 있고...
엄마는 헬스장에 가시고 막내는 잠들어 있고...

뭔가... 가족인데 의사소통이 너무나 소원해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아빠 옆에 가서 사삭시럽게(??) 대하자면 뭔가 상황이 또 이상해질것 같고...


옛날 생각이 났다.

나는 고등학교때까지 주일이나, 한달이나.. 그런식으로 용돈을 받아보지 않았었다.

그나마 대학교 와가지고 용돈이라는걸 받아써보게 되었는데...
-사실;; 대학생이나 된게 ;; 부끄럽기도 하다.

어릴때 부모님한테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리는것도 지금처럼 부끄러웟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내가 바라는것을 얻을수 있었고, 그렇게 손을 벌린다는게, 아직은 부모님의 자식이구나. 하는걸 부모님이 느끼실수 있었을거고...
'아직은 애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하는걸 직접적으로 느끼셨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어릴적에 내 자유의지가 '돈'이라는것에 묶여버린것 같아서 우울하고, 서글펏었고...
다른 친구들은 용돈 받아 쓰는데 왜 나는 그게 안될까, 하면서 내심 서러워 했었다.

그래... 하지만 그때가 더 좋았었는지도 몰라.
'저기.. 천원만 주세요' 라고 말할수 있었던 그 고등학교 시절이 말이야.

대학교 와서 1~2학년은 내가 용돈을 벌어서 생활을 했는데 -_-;;;; (많은건 아니었다 -_-; 학기 3달 생활비가 30만원이었으니까.)
3학년때는 용돈을 받아쓰게 되었다.(물론 이것도 다달이 10만원씩)

내가 스스로 벌때는 그걸 아껴쓰느라 정신을 집중;;하느라 몰랐었다.
일정한 날짜 마다 맞춰서 돈을 주시는 부모님.

돈을 때때맞춰서 받게되니 돈달라는 궁색한 소리를 안해도 되서 좋았고.. 이제서야 내 자유의지대로 생활할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 좋았다.

하지만 오늘 밤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그게 좋은것만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분명히 때때로 '저 필요해요' 하고 부모를 찾는 부름을 그때만큼 자주 듣지 못하게 되셨으니까, 분명히 속으로는 서운하실거야.

너무 확대해서 이야기하는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초중고 시절 '필요해요' 라고 말하던것도 가족간의 의사소통의 일부였던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 학습하게 된 역할에 충실해져야 하고, 그렇게 가족 구조가 변해 가는건 당연한 일인데.

그시절의 그 독특했던 '의사소통의 일부'를 지금은 잃어버리게 된것 같아서 어쩐지 마음아프다.

물론... 받는 용돈으로 선물을 사드리거나, 하면서 가족간의 유대를 돈독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초중고 시절 느끼던 그 기분과는 다르다.. 분명히 달라..


PS.일요일에 바지를 하나 샀다.
내가 산게 아니고 어머니가 사주신것.

용돈이 그리 많은편이 아니다보니;
옷같은건 구입하기가 참 꺼려지더라.(...가 아니라. 내옷에 한정인가 -_-;?)
그걸 어머니는 아시는거겠지...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줄수 있다' 참, 이거만큼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데 확실한 증거가 되는게 또 있을까.

거기에 돈이라는게 개입된다는건 좀 싫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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