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볶음

낙지볶음을 만들었다.
엄마 입원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이럭저럭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집안일을 배우고 있다.

주부가 집안에 계실때는 무슨 일을 해도 '보조적'인 업무밖에 맡질 못하게 마련인데, 그 가정의 모든 소사를 보살피는 경험은... 내가 가정을 꾸리게 되기 전, 이런때 말고는 할 수가 없기에. 

그래서 시장에 가서 생물 낙지를 사왔다.
나한텐 시장가는거도, 재료 사는거도 죄다 일상의 어드벤쳐.ㅠㅠ

오징어는 죽어 있는거 처리해본적 있는데 낙지는 처음이라 참 떨리더라. 징그러운 느낌은 없는데...
살아 있는 애의 생명을 뺏어야 된다니 막 미안하더라.

그래도 먹기 위해 사왔으니, 방생할수는 없는 노릇아니냐.
해서 소금 팍팍 뿌리고 도마위에 넣고 다지려고 했는데.... 실패.

미끄러워서 자꾸 도망가더란 말이지.

그래서 물에 데치기로 했다.
데쳐놓은걸 꺼내서 송송 썰어서 양념에 넣고 볶았는데... 탱탱 쫀득한 식감은 살아 있는데 맛이 별로 없더라.

그래서 현역 주부님들께 물어 물어 알아보니...
'살아 있는채'로 잘라 넣어 조리를 하는편이 맛있다.
란다.

가만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요리가 그러지 않던가?
잡은지 얼마 안된 '싱싱한' 타이틀이 붙을수록 맛있는거...
생명의 온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을수록 더 맛있게 먹을수 있지 않던가.

생명을 뺏는 방식이 잔인할수록 포식자는 더 즐거운 식탁을 누리게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_-;

식물을 살해(...)할때는 큰 죄책감이 느껴지질 않는데, 눈앞에 움직임이 보이는 동물을 살해할때는 죄책감이 크게 느껴지더라.

나의 생을 위해 다른 종을 희생시켜야 하다니. 육식은 참 무섭구나.
평소에 이런 생명의 약탈을 '가족'을 위해 자행하시는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괴로우실까.

하여튼 그 생명이 보고 싶어할 내일을 '약탈' 했으니, 그 생명이 보고자 했던 오늘을 더욱 가치있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3차소비자의 생은 그런거지

한줄요약 : 고기 좋아하면서 잉여롭게 살아서는 안될지어다 -_-
<- 전 풀이 좋아요 (?!)

+ 제목을 '낚'지 볶음이라고 적어놓은걸 글 써놓고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
그렇다. 나는 이렇게 허술한 인간인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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