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에 절에 도착한 결과 시간은 이미 4시 30분.
예약을 했다고 사찰 사무실에 이야기기를 드렸으나, 어째선가 예약이 누락되어 있다고 하네요.
아무튼 신청을 하고 나니, 사찰에서 일하시는것으로 보여지는 불자님께서 하루동안 머무를 방으로 저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제가 머무르게 된 방은 '세심당' 이란 이름을 가진 길쭉한 방이었습니다.
절밥먹어본 경험이 한번도 없어서 내심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나름 '종교기관'인지라 대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건가 바짝 얼어 있었는데...
마침 오늘 단체로 템플스테이를 예약한 팀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익숙해 질수 있을것이라고 다독여주시고는 이따 다섯시에 자하루, 란 강당에서 보자면서 그때까지 자유로이 시간을 보내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하여튼 사진기는 들고 있고, 하여 여기저기서 사진이라도 찍어두기로 하고 방을 나섰습니다.
미황사는 해남 달마산 자락에 위치한 산속 사찰입니다. 하도 구석진 곳에 있는 절이라 망할 위기를 꽤 겪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절이 부흥기에 이르렀는지 꽤 많은 신도가 찾는 사찰이 되었다고 하네요.
저 뒤로 보이는 산이 달마산 입니다.
템플스테이의 과정중에 하나로 '산책하기' 라는게 있는데(다음날 오전 시간) 그 시간에 평지 산책보다 가을산행을 해보자 하여 산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ㅅ-;
이건... 음.. 그러니까 뭐시냐(...) 하여튼 하늘이 참 예쁘지 않습니까. 허허.
여기가 바로 자하루 입니다. 강당같은 곳인데 이곳에서 단체로 오신분들과 함께 섞여서 템플스테이를 시작하게 되었죠. 별거 없었습니다 =ㅅ=; 사찰 예절 소개 간단히 하고 나서 저녁식사를 한 뒤, 저녁예불을 드리고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진 다음 스님과 함께하는 차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나서 잠자리에 드는...
첫째날의 일정에 대해 소개받기 전, 사찰의 역사및 예절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절에서 지켜야 할 예절중에 공손하게 양손을 모으고 공수한채로 돌아다니고, 왠만하면 입을 열지 않은 상태로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라, 이 두가지 예절을 꼭 지켜달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체 프로그램이긴 해도, 템플스테이의 모토는 기본이 '자유시간' 입니다.
처음에 템플스테이를 신청할때 관계자분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잘 할수 있을까요?' 라고 질문 드리니,
'템플스테이란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절에서 편할대로 쉬어가는것이 전부다' 라고 이야기 해주셨을만큼
템플스테이에는 딱히 정해진 규칙같은건 없습니다. 저 프로그램이 운영되든 말든 나 하고 싶은대로 해도 상관없는거죠.
허나, 한가지 당부를 하셨던게.. 하는만큼 얻어가는게 많을거라고, 강요하거나 함께하자는 이야기 없이 스스로 열중하다보면 나중에 절을 나서서 다시한번 오고 싶은 기분이 들거이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과연 그랬습니다.
이곳이 제가 하룻밤을 묵은 세심당의 뒷모습입니다.
꽤 큰 방인데 여기서 머무르신 분들은 저까지 해서 7명쯤 됐어요. 머무를수 있는 '방'은 꽤 여러곳에 자리하고 있고, 안내해주시는대로 가서 하루 머무르기만 하면 됩니다.
세심당 입구쪽에 산사체험자들을 위한 식당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간단하게 세면을 한 뒤 7시부터 저녁 예불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절 곳곳에 남여 샤워장까지 갖추어져 있고, 화장실로 해우소만 존재하는건 아니긴 하지만 단체로 오신분들이 계셨던고로 겨우 손발만 씻고 세수만 할수 있었습니다.) 아 글고.
정말 스님들은 '잠깐 화장실좀 다녀오시라' 라는 표현을 쓰시질 않더군요;
잠깐 쉬는시간에 해우소도 다녀오시고, 산책도 좀 하시고.. 뭐 이런 표현을 쓰시는걸 볼 수 있었어요.
절에가면 늘 볼수 있는 전통가옥 특유의 단청. 물감이름이 단청이었던걸까요?
음. 헌데 미황사의 대웅전(제일 중심이 되는 절의 건물)에는 단청이 칠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 사연인즉슨 -ㅅ-;
오래전에 칠해놓긴 했는데 세월에 닳아 모두 색이 바래버렸다고 하시더군요. 나무도 특이하게 느릅나무라는걸 썻다는데, 그걸 써서 좋은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녁식사 이후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노라면 절에서 쓰는 커다란 범종 소리가 경내에 울려 퍼집니다.
이 종소리가 그치기 전에 대웅전에 가서 예불을 따라하면 되지요.
저녁예불 이후에는 잠깐 명상을 한뒤(라지만 한 20분;?) 마당을 세바퀴 돕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자유시간이 주어집니다. 마당을 돌때부터 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도시에는 절대 저걸 볼 수 없죠. 사진으로도 담기 참 힘들구요. 하여튼 찍었습니다.
하지만 쌩 눈으로 넓은 하늘에 총총히 뿌려진 별을 보시는게 이리 조잡한 사진을 보시는거보다 훨씬 감동적일거예요.
잠시 쉬는시간(이라고 해도 멍하니 시간 참 잘 간다)을 가진뒤, 스님과의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체로 산사체험을 하러 오신 분들은 백운암의 상도선원이라는 곳이라는데...
시골의 절에 외국인이 일곱분이나 찾아오셨더랍니다 -ㅅ-; 이야기를 들어보니 캐나다에서 오신듯한데..
캐나다에서 수계(스님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받기 위해 준비중인 행자(사제서품을 기다리는 ...뭐 그런 느낌) 두분도 따라오셨더군요. 한분은 아예 한글을 이야기 하지 못하시는 외국분이고, 한분은 영어가 능통한 한국 행자분이셨습니다.
덕에 대게 조용한 다담시간이 스님의 이야기 -> 한국행자분의 실시간 번역 -> 통역 으로 인하여 무척 바쁘신 모습을 볼 수 있었죠;
한국 다도에 쓰이는 다구들입니다. 학교다닐때 다도를 배워놔서 다기 다루는게 어색하진 않았어요 :)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진 뒤,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질문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차에 대한 식견을 더욱 넓힐수 있었습니다... 라지만 알게 된거라곤 차의 기원에 대한 사소한 농담 하나.
달마대사가 하도 잠이 와서 눈꺼풀이 덮혀 내려오는데, 그 눈꺼풀을 휙 잡아 던져버렸더니, 그자리에서 차나무가 나기 시작했다, 라는것. 차에대한 이야기가 하도 본격적이라서 한국 행자분이 외국인들에게 스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것을 약간 어려워 하셨으나, 저 달마대사 이야기는 짧고 간단하고 쉬워서 모두 함께 가볍게 웃을수 있었습니다.
자, 이렇게 템플스테이의 하룻밤이 저물어 가고 -ㅅ-... 밤 열시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근데 참으로 신묘한것이 -_-;; 평소 생활할때라면 절대로 잠이 들리가 없는 시간인데 깊이 잠들수 있었어요.
그도 그럴것이 기상시간이 새벽 4시니까(....) 안 자면 큰일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여튼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고...
다시 아침이 왔습니다 -_-;
아침 수행의 시작은 기상부터 시작됩니다. 목탁소리에 잠을 깨다니. 이 또한 신묘한 경험 -ㅅ-;
아침잠에서 깨어 어제저녁에처럼 가볍게 씻고 나서 아침 예불을 드립니다.
그리고 나서 자하루에서 참선시간이 이어집니다 -_-;
절, 하면 생각나는 그 죽비로 큰 소리를 내기 전까지 눈을 감고 명상시간을 가지는건데... 아무리 일찍 자고, 몸이 긴장상태에 있어도 잠이 오더군요(...)
참선이 끝날때 죽비로 신호를 주시는데,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랬었어요 -_-;
으, 내가 이다지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싶어서 순간 반성 크리.
자하루 사진 하나 더. 아침 참선이 끝나고 나서는 '울력'이라는 시간을 가집니다.
별거 없고... 그냥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경내 청소를 돕는거죠. 여자 스님이 안계셔서 그런가 먼지낀 공간이 무척 많았습니다 -_-; 하는데까지 청소를 도와드린다고 하긴 했는데... 아마 우리집이었으면 먼지털기 부터 시작해서(하략)
아, 청소하라고 내어주신 도구는 빗자루랑 걸레 뿐이었는데, 먼지털이도 청소도구로 준비해주면 좋을텐데..
울력을 마치고 나서 산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예정대로라면 평지를 걸었겠다만, 주지스님이 가을이고 하니, 산을 타자, 하여 모두 함께 산을 타게 되었지요. 저 뒷모습은 사찰 막내스님 이었던 분의 뒷모습 입니다 ^_^
갈색옷을 입으신분이 그 외국계 승려수행을 하시는분이고, 회색 옷을 입으신 분이 통역을 하시던 행자님.
앞에 모인것은 외국인 집단 =ㅅ=;
이곳이 아마 안심료~ 던가? 하는 곳의 사진일거예요. 뭔가 모셨다고 하는데 기억은 잘 안나네요;
절에 있는 종은 크기도 크다만, 그 소리가 울려퍼지는게 무척 곱게 들립니다.
울리는 소리가 '얼릉 나와아아아' 하는 소리같아서 안나갈수가 없게 만든달까; 그런 매력이 있죠.
저 종각과 자하루 사이에서 아주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 -_-;;)
사실 템플스테이를 제대로 끝내고 나온건 아녔습니다.
예정대로 순천관광을 하기 위해서 일찍 해남을 나섯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산책(이라고 쓰고 산행이라고 읽는다)->법문->발우공양(이전까지 식사는 뷔페식으로 제공되었으나, 마지막 점심식사는 발우, 라고 부르는 스님들의 식사도구를 이용한 '남기지 않는 식사'를 경험해보고 향을 올리는것으로 마감합니다 :)
대게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라 함은 이러한 코스를 거치는게 일반적듯한...은 아닌가. 겨우 두곳 비교해 봤을 뿐이니^^;;
산사체험은 정말 체험자의 의지에 따라 소감이 천차만별로 갈릴것 같은느낌이 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차 맛이 무척 좋았어요.
되게 고급차를 내어주신 느낌... 허나 -ㅅ-; 체질이 찬 사람은 발효차를 마시는게 건강에 더 이롭다 하니, 차가운 체질인 저는 맛있고 고급차여도 발효차인 홍차쪽에 더 마음을 둘 수밖에;